<항공징비록>
서울도서관에 다른 책을 찾으러 갔다가 발견한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의 회고록. 김두만 장군은 6.25 기간 중 한국공군 최초로 100회 출격의 기록을 세운 전투기 조종사로 공군출신이라면 최소한 성함은 들어보셨을 분이다.
일본육군항공학교 출신으로 공군창설에 참여하였고 곧바로 이어진 전쟁에 휘말려 청춘을 보낸 군인의 일대기.
아마 타 군 출신은 큰 관심이 없을지 모르나 그간 잘 몰랐던 비화를 알 수 있었던 점은 역사에 대한 기록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보인다.
흥미로운 대목 몇군데
1. 1948년 5월 한국최초의 경항공기부대가 창설되었는데 초대 항공부대장이 백인엽 소령이었다 (선인학원의 그분)
2. 1950년 이전에 공군에서도 항공기를 이용한 월북사건이 2건이나 있었다. (심지어 전후 F-51 한대도 월북한 사례 )
3. 반면에 1950년 4월 북한의 이건순 중위가 IL-10 지상공격기를 몰고 월남해 북한이 곧 남침할 것이라는 제보를 했으나 제대로 대비하지못했다. 김해로 날아온 IL-10을 김포기지로 옮겨야 하는데 당시 이 기체를 조종할만한 사람이 없어 김정렬 장군이 직접(!) 조종하다가 연료부족으로 평택에 불시착했다. - 당시 초대공군참모총장이고 이후 총리가 된 그 김정렬 장군. (1953년 미그-15를 몰고 귀순한 노금석 사건은 유명한데 이 건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4. 6.25 전날 육군본부 장교클럽 낙성식 파티가 이어저 2차로 국일관에서 새벽 2시까지 술자리가 벌어졌는데 술값을 당시 연합신문 정국은 주필이 부담. 이후 휴전직후 간첩협의로 체포되어 6개월만에 사형이 집행되었으나 사건기록이 없어졌다는 주장이 있다.
5. 6.25. 발발이후 급히 일본에서 F-51 무스탕을 인수해와 전투임무에 투입하였는데, 최초로 산화한 이근석 대령 사고는 일본군 에이스 조종사 출신으로 그가 조종했던 일본군 Ki-43 하야부사와 F-51 무스탕의 최저상승회복고도의 차이때문일수도 있다는 추정.
6. 헤스 중령의 유명한 F-51 전투기 노즈아트(?) "신념의 조인"에는 3가지 버전이 있다.
7. 빨간마후라의 창시자 논란에 대한 검증
8.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수호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검증
9. 위 두 사건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김영환 장군이 1954년 3월 사천에서 강릉으로 비행하다가 실종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되나 기체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음)되었을때 김두만 장군이 윙맨으로 수행했었다.
10. 원래 우리나라에 도입될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는 F-104였는데 이를 F-5로 교체하게된 과정의 이야기
11. 실미도 684부대가 '공군' 소속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당시 공군참모총장이었던 회고자의 이야기
12. 1969년 대통령 전용으로 사용하던 UH-1 헬기가 박정희대통령을 태우고 가던 중 기체고장으로 추락했는데 조종사의 적절한 대처로 옥계면 인근 밭에 무사히 비상 착륙했었던 사고가 있었다는 이야기 등등
이러한 세세한 이야기들을 통해 공군현대사의 주요 대목을 엿볼수 있게 한다는 점은 장점이다.
그런데 본인의 직접 저술이 아니라 저자 김덕수 교수의 시각을 빌어 사건을 설명하고 정작 회고자 본인은 인터뷰를 통해 몇가지 말을 첨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점은 아쉽다.
특히 저자 김덕수 교수의 주관적인 평가와 판단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 어떤 대목에서는 군더더기를 지나쳐 너무한다 싶기도 하다. 그저 담담하게 회고자의 사실회고위주로 서술했으면 더 좋았을 책이다.
'항공 징비록' 이라는 제목도 좀 생뚱맞고, 저자는 줄곧 회고자를 "노병"이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이것도 김두만 장군에 대한 예의는 아닌것 같다.
또한 대한민국 초장기의 주요 인물들 특히 군출신 인물들의 인생에 공통적인 부분이기는 한데, 20대나 30대 초중반에 병종을 막론하고 군에서 최고지휘관의 자리까지 올라갔다가 61년 5.16 쿠데타를 계기로 정치인, 외교관, 경제인으로 변신하신 분들. 사실 인생 전반을 반추해 보면 그 시기 이후에 훨씬 더 오랫동안 활동하신 셈인데 그러한 기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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