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PAX 선박의 여객운송 관련 규제 필요에 대하여>
여러가지 배의 종류 중에 "Ro-Ro 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Roll-on, Roll-off 즉 싣고 다니는 화물, 차량 등을 다른 추가 장비 없이 바로 싣고 내릴수 있는 구조의 배를 말한다. 이른바 카페리나 자동차 수출하는 수송선을 생각하면 쉬울듯.
이런 구조에다 사람(여객)까지 운송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선박을 "Ro-Ro Passenger Vessel", 약칭으로 'Ro-Pax' 라고 부르는데, 이번에 사고난 세월호가 바로 이런 종류의 선박에 해당한다.
여러 언론보도에도 났지만, 대형 여객선이 연관되어 인명피해가 많았던 사고는 이런 Ro-Ro 구조의 선박에서 일어난 경우가 많다.
로로선의 특성상 차량이 타고 내릴수 있는 부분은 거의 한층을 그냥 통으로 터 놓아야 하기 때문에, 만약 이 부분에 바닷물이 들어오게 되면 바로 배가 안정성을 잃고 기울어지거나 심한 경우 침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배 안에 물이 들어와서 안정성을 해치게 되는 것을 '자유표면효과 free surface effect' 때문이라고 한단다)
1987년 3월 6일 저녁 도버해협을 건너던 벨기에 카페리 Herald of Free Enterprise호가 앞 문을 닫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항구를 떠나 출발했다가 90초만에 바닷물이 들어와 전복, 193명이 사망하는 사고 가 발생했었고..
1994년 10월 28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던 여객선 에스토니아호가 운항중 한밤중에 선수 부분 차량 출입 램프가 부서지면서 역시 바닷물이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 우측으로 기울면서 1시간만에 차가운 발틱 해에 침몰하였다. 하필 사고가 새벽 1시에 발생하였고, 승객 대부분이 스웨덴 사람인데 에스토니아 국적 승무원들이 제대로 안내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탑승객, 승무원 총 989명 중 무려 852명이 희생된 대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세월호가 한국에 도입되기 전, 일본에서 운영하던 당시 선사인 마루에이 페리사의 다른 배인 '아리아케' 호도 유사한 사고를 당했다. 2009년 일본 미에현 앞바다에서 운항 중 강한 파도를 맞고 적재한 화물의 균형이 흔들려 전복될 위기에 처했다. 아리아케 호 선장이 배가 완전히 전복되기 전에 얕은 뻘밭으로 배를 몰아 좌초시켜 완전한 침몰을 막았고, 승객과 승무원이 전원 구조되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부당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런 구조적인 위험성이 있는 Ro-Ro 구조의 선박에 수백명의 여객까지 같이 운송하는 일은 법으로 금지해야 하지 않을까.
일단 개인적으로는 혹시 배를 탈 일이 있으면, 이런 구조의 배는 당장 꺼려질 것 같다.
추가로 이번 사고가 난 '맹골수도'라는 지역은 물살이 매우 빠르고, 안개가 자주 끼는 등 시정이 나빠 많은 해난사고가 난 곳이라는데, 그 곳을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일부 어선을 제외하고는 여객선은 통항하지 못하게 항로를 폐쇄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과거의 실패, 예전의 잘못을 잊지 말고 원인을 미리 제거하고, 문제를 보완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발전하지 못한다.
더 이상 안타깝고 무의미한 희생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2014.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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