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책] 오랫만에 다시 꺼내본 펠리칸 브리프, 재판부에 대한 위해와 협박에 대하여

더사문난적 2017. 3. 8. 11:50



<The Pelican Brief> 


**년만에 다시 읽어보는 펠리컨 브리프. 


1992작으로 존 그리샴의 세번째 작품.  당시 우리나라의 시공사에서 전작인 "the firm"을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라는 해괴한 제목으로 출간했음에도 꽤 히트를 쳐서 이 후속작은 상당히 신속하게 빨간색 표지로 번역 출간했었다. 곧바로 덴젤 워싱턴과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 영화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리샴 선생의 법정스릴러물은 모두 다 봤고, 번역본과 원본 페이퍼 북도 상당수 모아두었는데, 책장에 꽃혀있던  책을  몇십년만에 꺼내보게된 이유는 요즘 헌재 재판관들에 대한 신변위협 소식을 듣게 되니 이 책의 줄거리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재판결과를 바꾸기 위해 판사를 제거한다." 는 것이다.  미국연방대법원의 판사 두명이 전문 킬러에 의해 같은 날 암살당한다. 알다시피 미국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다. 현재 최고령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판사는 1933년으로  84세이다. 역대 법관들을 추려보면 윌리엄 더글러스 대법관의 경우 1935년부터 75년까지 36년이나 재직하기도 했다. 


소설에서 리버럴한 로젠버그 판사는 91세에도 은퇴하지 않고 소수의견의 대가로 남아 보수파로부터 공격을 받아왔지만, 정확한 성향이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보수파에 가까웠던 젠슨도 같은 날 살해당해 사건의 배경이 의문에 빠진다. . 더구나 범행수법이 달라 누가 죽였는지 용의자의 공통점을 찾기 힘들어 수사에 애를 먹는다.  


이 사건을 두고 튤레인 로스쿨의 여학생 다비 쇼가 누가 이 두 사건의 배후에 있을지를 분석하는 서면(brief)을 쓰는데 그냥 장난삼아 쓴 이 글이 흘러흘러 FBI와 백악관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실은 그 '소설'이 정확한 사건과 당사자를 지목하고 있어서 여기에 뜨끔한 배후세력이 이 브리프에 관련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는 이야기이다..  


존 그리샴을 유명하게 만든 초기 히트작중 하나였고, 곧바로 영화로도 만들어져 나름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책을 먼저 봤던 나로서는 상상했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줄리아 로버츠가 나와 영 아니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우리나에서 "미모의 법대생"이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유니콘과 같은 존재였기 때무에 더욱 그랬을 것일지도 모른다. 





**년 전 초임사무관 시절 읽었던 세세한 묘사는 생각나지 않지만, 이제 몇년 로펌밥을 먹은 뒤에  이 책을 다시 보니 존 그리샴 특유의 시니컬한 문투와 (미국)법률시장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새롭게 다가온다.  


군복을 입고다니는 어느 단체의 대표가 헌법재판관의 거주지가 어디고 단골미용실이 어디다 라며 떠들고 다닌다던데,  물론 경호는 잘 받고 있을 것이고 무사히 선고까지 이어지겠지만, 재판부에 대한 위해를 공공연히 떠들고 불리한 결정이 나오면 불복종하겠다는 식의 협박은 그 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열린 사회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