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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소설] 군대에서 축구..아니 재판하는 이야기 '하트의 전쟁'

더사문난적 2011. 7. 10. 15:51




블로그 용이라 평어체로 작성한 글입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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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와 맞먹는...'군대에서 재판하는' 이야기

Hart's War 하트의 전쟁

존 카첸바크 John Katzenbach
에버리치 홀딩스, 권도희 옮김

이 소설은 작가 존 카첸바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인데, 우리나라에는 2002년 부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먼저 알려졌다. 이번에 국내에 번역출간되었는데 상당히 분량이 된다.(700면). 영화와 원작소설은 이제 보니 상당히 줄거리가 다르다.

2차 대전 당시의 유럽전선. 하버드 법대에 다니던 주인공 토머스 하트는 공군(역자는 ‘공군’이라고 번역했지만, 사실 2차대전 종전 후에 공군이 창설되어서, 정확히는 미육군항공대)에 자원입대하여 B-25의 항법사로 복무한다. 이탈리아 인근에서 독일군 군함을 폭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격추되었는데 승무원중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영국군과 미군의 조종사들만을 수용하는 독일군의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는데, 흑인 전투기 조종사가 역시 격추되어 포로로 잡혀 들어온다. 인종문제의 갈등. ‘흑인’이 비행기를 조종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골수 인종차별주의자 들과의 갈등이 전쟁포로의 신분이지만 포로수용소를 지배하고, 이유없이 제일 미워하던 백인 대위가 어느날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범인으로 지목된 흑인 조종사 링컨 스콧.

포로수용소에서 미군 주도로 자체 군사재판이 열리고, 법대를 다녔던 특수한 경험으로 토머스 하트는 변호를 맡게 된다. 포로수용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누구나 의심하는 흑인 피고인을 변호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게 군대에서 축구이야기라는데, 법정소설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포로수용소에서 재판하는 이야기‘를 소설로, 영화로 잘 팔아먹는다. 저자 존 카첸바크의 아버지는 로버트 케네디에 이어 미국 연방법무장관을 지냈던 니콜라스 카첸바크이다. 실제로 그는 2차대전에 참전하였다가 포로가 되었으며, 아버지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미국문화 특유의 흑백갈등이라는 영원한 주제에 그리 큰 공감이 안가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다소 쉽게 호소하기 힘든 내용이지만, 작가의 치밀한 사전 조사에 힘입은 세심한 문체는 상당히 재미있게 700면을 넘는 많은 분량이지만 읽게 만든다. 영화에 실망했던 사람이라면 소설은 그냥 넘겨버릴 것 같은데, 주변에 권하고 싶은 특수한 법정소설이다.

다만, 책 표지는 영 디자인을 잘못한 것 같고, 상당한 역주를 붙인 번역도 친절한 편이지만, 가끔 추가 해설이 필요한 부분도 보인다. 예컨대  219면에서 ‘ 그 작은 오스트리아 상병이 아내한테 집에서 나가라고 했을 때도 응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아마 ‘히틀러’를 이야기하는 것같은데, 설명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2차대전 당시 활약했던 흑인조종사들의 이야기는 1995년 로렌스 피시번이 주연한 ‘Tuskegee Airman’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 http://www.imd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