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 War 베트남 전쟁, 켄 번스>
최근에 TV가 고장나는 바람에 신형 OLED제품으로 바꾸었는데 요즘 나오는 TV에는 네트워크 기능이 기본탑재되어 인터넷과 연결되고 유투브나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등을 바로 볼 수 있다. 한달 무료이기도 하여 넷플릭스에서 이것 저것 찾아보다가 발견한 월남전 다큐멘터리. 원래 PBS에서 2017년 방송한 것으로 전체 10부작 분량을 모두 합하면 18시간 정도 된다.
내가 가진 베트남전에 대한 지식은 단편적이었다. ‘월남전’이라면 미국과 남베트남이 한편이고 북베트남, 베트콩이 반대편에서 싸우다가 결국 미국은 철수하고 월남이 패망한 전쟁이라는 기본 줄거리에 월남(남베트남)의 부패와 무능 그리고 호치민 정도에다가 한국군이 참전했었다는 정도? 그 밖에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던 베트남 항공전사나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 영화 몇 편 정도에서 듣고 본 것이 고작이었다.
이 다큐는 19세기말 프랑스 식민지시절부터 일본의 점령, 프랑스와의 전쟁, 남북의 분단, 미군의 개입과 철수, 월남의 패망까지를 시간순서대로 차근차근 짚어가는 내용이라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다. 또한 많은 자료사진과 현장화면, 녹음 및 방송필름을 풍부하게 사용하고 참전 군인과 기자, 공무원, 유족들의 인터뷰를 생생하게 편집하여 현장감을 더한다.
최강의 경제력을 자랑하면 미국답게 공식적인 정부자료나 방송화면 말고도 여러 계층의 미국시민들이 가지고 있던 사진, 홈비디오(VHS시절도 아니고 아마 8mm영화필름일 듯) 화면도 5,60년 이상 세월이 지난 것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한 화면을 보여준다.
베트남전 하면 떠오르는 몇장의 사진들(1963년 스님의 소신공양, 1968년 구정공세 당시 베트콩의 즉결처형, 1972년 네이팜탄 공격을 피해 도망치는 소녀)을 촬영한 기자와 멘트, 현장 영상도 같이 볼 수 있다.
이 다큐 역시 미국 감독이 미국 공영방송의 후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니 ‘미국(민)의 시각일 수밖에 없을 것이나 남북베트남 양측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자 노력했고 특히 케네디-존슨-닉슨 행정부로 이어지는 미국의 전략적 실책과 군사분야에서의 전술적 잘못도 매우 신랄하게 지적할 정도로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한다.
전혀 접하지 못했던 사건들도 이 다큐를 통해 몇가지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반전운동을 소개하면서 1970년 5월 4일, 오하이오주 켄트 주립대학교에서 주 방위군이 학생들에게 실탄을 발사, 4명을 사망하게 한 사건이라든지 유명한 배우 제인 폰다가 한창 전쟁 중이던 1972년 북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방문하고 폭격(북폭)을 중지할 것을 호소하는 방송을 하는 등 반전활동을 했다는 것 등 당시 베트남을 두고 미국 사회가 얼마나 분열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1950년대 냉전시기 공산화의 위기를 겪고 똑같이 남북이 분단되어 동족끼리 전쟁을 치러본 한국인으로서 보는 이 다큐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안타깝고 불편하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다. 다큐 초반에 한국전쟁이야기도 나오고 한국군과 한국정부이야기도 등장한다.
1960년대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입장에서는 동아시아의 한국과 서남아시아의 베트남이 거대한 세계의 장기판에서 공산주의자들과 싸우기 위해 올려진 여러 개의 말들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이승만과 응오딘지엠(고딘디엠), 박정희와 응우옌반티우를 비교하면서 이 다큐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응오딘지엠은 군부쿠데타로 실각하고 1963년 11월 동생과 함께 처형되었다. 우리나라언론에서 당시 월남의 뉴스가 얼마나 가감없이 보도되었을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아직 못 보신 넷플릭스 유저분에게 강력 추천한다. 현장 그대로인 전투장면이나 시신 등의 모습이 등장하므로 시청에 주의를 요한다는 경고가 있기는 하지만 베트남 전쟁사를 살펴보는데 최고의 시청각자료가 아닐까싶다.
추가로 F-100 수퍼세이버, F-105 썬더치프, F-4 팬텀, A-4 스카이호크, A-1 스카이레이더, B-52, UH-1 심지어 보기 힘든 초창기 미군헬기 Piasecki H-21 “플라잉바나나” 의 생생한 컬러 영상도 볼 수 있어 항공 매니아게도 좋은 시각자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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