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허균의 생각

더사문난적 2021. 1. 11. 11:48

<허균의 생각> 2014, 이이화


원로역사학자 이이화선생이 작년10월에 내놓은 신간인줄 알았는데, 원래 1980년에 저자의 첫 저서로 나왔던 것을 새롭게 수정증보한 책이라고 한다.  

'허균'하면 홍길동전.. 그리고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유승룡이 연기했던 도승지 허균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터인데 영화는 극적 재미를 위해 실제와는 다른 내용들이 많다. 그래도 당시 허균이  현실과 구체제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를 도모했던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만큼은 사실로 보인다. 

 

시대를 막론하고 기존질서에 대한 개혁을 추구하는 사람은 불순분자로 몰리기 마련인데 당대의 명문장가로  누구나 천재로 인정했던 허균은 과거에 장원급제한 기록과 함께 6차례나 파직을 당한 기록이 있을 만큼 부침을 거듭했다.  

 

광해군시절 50세의 나이에 역적으로 몰려 제대로 자신을 변론하지도 못하고 황급히 서둘러 사형을 당했으나, 인조반정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광해군시절 고초를 당한 사람은 상당수 명예회복을 시켜줬다. 그런데 여전히 허균은 예외였다.
그가 인목대비 폐출운동에 선봉에 섰던 전력도 있지만 사상 자체가 인조 이후의 조선 지배층에서 용납될 수 없던 방향이었던 것이 더 크지 않았을까. 

 

역적으로 몰려 수많은 저술들이 거의 사라지고 그의 글은 일부만 남아있다는데, 이이화선생은 허균의 글을 통해 그의 일생과 생각을 추적한다. 자연스럽게 이 책은 임진왜란 이후 병자호란 사이의 대변혁기. 그 시대의 거센 파도에 휩쓸렸던 천재 허균의 일생을 현재의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춰보게 만든다.

 

사족> 

 

허균의 일부 남아있는 글중에 '인재를 고루 써라' '옳게 써라' 라는 부분은 다른 학자들도 많이 하던 이야기지만 '녹봉을 넉넉히 주라'라는 '厚祿論'은 (125면)은 당시로선 꽤 참신했을 듯. (2015.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