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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일전쟁, 용, 사무라이를 꺾다

더사문난적 2015. 3. 10. 00:29


<중일전쟁> 권성욱 저 


"용, 사무라이를 꺾다 1928-1945"라는 부제가 붙은 915페이지 두께의 두툼한 신간이다.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2차대전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주로)싸운 태평양전쟁 부분에 대하여는 좀 들어본 바 있지만, 소위 만주사변(1931)- 만주국건국- 중일전쟁(1937)-일본항복(1945)로 이어지는 대륙 쪽 이야기는 제대로 모른다는 점이다. 


저자도 서문에서 지적하고 있다시피 중일전쟁에 대하여는 기껏해야 난징대학살 정도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어서 시안사건, 국공합작, 대장정 같은 단편적인 이야기만 들어본 나로서는 이런 식의 일종의 통사라고도 할수 있는 전면적인 서술을 하고 있는 이 책이 매우 반가웠다. 


현직 울산시청 공무원인 저자는 수많은 자료를 참고하여 중국, 일본, 만주, 소련, 버마 등을 넘나드는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의 장면을 잘 압축하여 전달하고 있다. 


상하이 사변, 만주국 외의 또다른 일본의 괴뢰정권 기동방공자치정부, 난징괴뢰정권, 독일-이탈리아-일본의 추축동맹결성이 일본에 미친 영향과 미국과의 전쟁, 조지프 스틸웰장군의 공과, 김구가 이운환의 총격을 받고 중상을 입은 1938년의 5.7사건, 일본의 제주도 방어계획, 조선주둔 일본군인 이른바 '조선군' 등 사실상 처음 들어보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알게되었다. 


특히 전쟁막바지인 1944년 중국주둔 일본군의 대공세인 '이치고 작전'에서 중국군이 큰 타격을 입었고, 스틸웰 장군의 고집으로 애써 양성한 정예군을 버마쪽으로 투입하여 소모한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을 중국 본토에서 제대로 싸워 이기기 전에 전쟁이 끝났다는 점, 우리에게도 광복이 너무 빨리 찾아왔듯이 원자폭탄으로 일본이 너무 빨리 항복한 공백기에 호기를 잡은것은 모택동의 공산세력이었다는 대목은 매우 흥미로웠다. 


종전 시점에서 관동군은 소련의 침공으로 와해되었지만, 중국 본토에 있던 일본의 지나파견군은 여전히 100만명 이상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다. 


불과 100년도 안된 동아시아의 근시대 역사에 대하여 참 모르는것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한 책이다. 그 이전 시대 또는 1차대전 에서 동맹관계였다가 이후 적으로 등을 돌리게된 여러 나라들의 편가르기를 보면서 역시 국가간에는 실리만 있을 뿐 영원한 우방, 친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또한 수십, 수백만명의 세력이 광대한 대륙을 무대로 충돌하면서 일전을 겨뤘던 역사의 큰 수레바퀴에 깔려 사라졌을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면 현재의 평화와 안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저자의 단정적인 분석이 어떤 경우에는 약간 일방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드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여하튼 강추할 수 있는 책이다.